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0월 18일, 옛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를 매각해 대구광역시 신청사(이하 신청사)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였다. 이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김용판 의원(국민의힘, 달서병)과의 단독 회동을 통해 합의한 것이라고 한다. 이 합의에 따라 대구시는 성서행정타운, 칠곡행정타운, 중소기업명품관, 동인청사(건물), 동인청사(주차장) 등 5개 공유재산을 매각해 신청사 건립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를 공개한 김용판 의원은 ‘(10월) 23일로 예정된 대구시 국감에서도 이러한 사실에 대해 질의하기로 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김용판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지방자치단체 사무인 신청사 건립 쇼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 10월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구시 국정감사에 감사반장 자격으로 참석한 김용판 의원은 스스로 발언 기회를 만들어 대구시 신청사 이전 문제에 관해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질문해 10월 18일에 합의했던 내용을 확인하였고, 국회의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대한 감사를 강하게 비판했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그렇다며 적극적으로 호응했다고 한다. 김용판 의원은 PPT 자료 화면을 띄워놓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대구시가 시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신청사 건립기금 유용이라는 표현까지 하면서 권영진 전 대구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김용판 의원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던 대구시, 이에 동의했던 대구시의회는 물론 재난지원금을 받은 시민들마저도 예산 유용의 공범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김용판 의원과의 단독회동에서 합의했다는 신청사 건립 비용 충당 방안은 홍준표 시장 체제의 대구시의 기존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다. 옛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를 매각해 신청사 건립 비용을 충당하기로 결정했던 대구시는 지난 7월 6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신청사 부지 활용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매각 대상 부지를 9만㎡에서 8만㎡로 축소하는 것을 ‘신청사를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자 마지막 제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 11일에는 ‘대구시민의 절반이 넘는 60.5%가 신청사 예정지 옆 유휴 부지를 매각하여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건립 시기에 대해서는 80.7%가 대구시 재정이 호전될 때까지 보류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시민들도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워가며 빚을 내 신청사를 짓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꼭 신청사를 지어야 하면 유휴부지를 매각해 건립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판단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는 불과 1주일만에 오직 김용판 의원과의 단독회동에서의 합의만을 이유로 기존의 입장, 방침을 번복한 것이다.
동인동 청사, 성서행정타운, 칠곡행정타운 등 대규모 공유재산 매각은 민선8기 홍준표 시장체제의 대구시가 신청사 건립 비용 충당, 임기 내 1조5000억 원 채무상환 정책을 이유로 추진했던 일이다. 동인동 청사 등 공유재산의 가치, 용도 등에 대한 치밀한 검토와 시민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매각하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이 결여된 초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달서구, 북구가 지역구인 대구시의회 의원들의 반대 등으로 유보되었던 일이다. 성서행정타운 부지의 경우 달서구가 지역구인 의원 6명과 비례대표 의원 1명 등 7명의 대구시의회 의원이 매각을 반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신청사 건립 비용 충당을 위해 동인동 청사, 칠곡행정타운 등의 공유재산을 매각하는 것은 채무상환 명목으로 매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이다. 동인동 청사, 칠곡행정타운이 신청사 입지를 두고 달서구와 치열하게 경쟁했던 중구, 북구 지역에 소재하는 땅이라는 점만으로도 그렇다. 신청사 건립 비용 충당을 이유로 동인동 청사 등 공유재산을 매각하는 것은 신청사 관련 갈등을 대구 전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도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용판 의원과의 야합으로 동인청 청사 등 공유재산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이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수시로 주장하는 ‘대구 50년 미래 밑그림’은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청사 건립대금 충당을 위해 옛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를 매각하는 것은 이 부지 전체를 신청사, 시민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깨뜨리는 일일 뿐만 아니라 신청사 입지 선정을 위한 공론화 과정과 결정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구경실련은 대구시의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 매각을 반대하고, 부지 전체를 신청사, 시민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도 달서구청, 달서구의회 등 달서구지역에서 빚 독촉하듯이 신청사 건립을 요구하는 것, 신청사 부지가 선거구인 김용판 의원이 이 사안을 주도하는 것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대구시민이 결정한 신청사 건립이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변질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경실련이 청사 건립 예산 충당 방안과 건립 시기 등에 대한 사회적 협의를 제안한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용판 의원의 합의를 이유로 동인동 청사 등의 공유재산을 매각하기로 한 대구시의 결정은, 그 내용은 물론 절차적 측면에서도 정당성이 결여된 최악의 정책이다. 일방적으로 결정한 정책을 밀실야합으로 다시 변경한 것으로 대구시정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결정이다. 대구시민이 결정하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구·군이 그 결과에 승복한 신청사를 애물단지로 만들뿐만 아니라 신청사 건립 공론화 과정과 결정을 정당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이는 대구광역시의회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대구시의회가 이를 거부하는 것은 밀실야합으로 결정한 부당한 정책을 바로잡는 일일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전체의 중요한 현안 중의 하나인 신청사 건립과 관련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정도로 추락해있는 대구시의회의 위상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