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낙영 경주시장] 혹시 ‘대서방’이라는 곳을 기억하시는지? 과거 관공서 골목 앞에 삼삼오오 줄지어 들어차 있던 그 대서방[代書房] 말이다.
대한제국 시절부터 문을 열기 시작한 대서방은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1990년대까지 100년 넘게 민원서류를 대신 작성해 주던 곳이었다.
출생과 사망신고는 물론 각종 인허가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행정 민원을 전부 대서방에서 해결하다 보니, 복덕방과 함께 사랑방 역할을 했다.
재미난 것은 당시 대서방은 담배포와 인장업을 겸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류에 찍어야 할 도장도 많거니와 서류 접수 때 담당 공무원에게 담배 한 보루를 건네는 게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관련법 개정으로 행정사라는 전문 자격증 제도가 도입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 많던 대서방이 사라진 데는 문맹률 감소와 함께 행정기관의 낮아진 문턱도 한 몫 했다.
과거 행정기관의 민원처리 업무는 ‘서비스’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부끄러울 만큼 공급자 중심이었다.
신청서 양식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조차 다 외우지 못할 만큼 방대했고 첨부 서류 또한 필요 이상으로 많았다.
다행히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행정기관의 민원처리 업무는 수요자 중심으로 시스템이 바뀌면서, 이른바 ‘소비자’, ‘고객 만족’ 중심으로 변했다.
현재는 찾아가는 서비스, 원스톱 민원, 섬김 행정, 공감 행정, 소통 행정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게 들리는 것만 봐도,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자면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행정 시스템이 개선됐어도 결국 이를 다루는 공무원들의 행태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의 서비스 품질은 시스템 개선과 함께 결국 ‘친절’에서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아무리 정중한 태도, 상냥한 말투라 할지라도 단 한 번의 부패한 행동은 모든 것을 무너뜨리게 된다.
그런 탓에 ‘청렴’은 ‘친절’과 함께 공공기관의 수준 높은 서비스 품질의 핵심가치이자 기본요소다.
때문에 공직자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해당 기관의 이미지를 결정짓고, 공공기관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끼친다.
미국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학자 ‘레이 버드위스텔’은 대면 만남에서 언어적 수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35%에 못 미치고, 비언어적 수단은 65%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의 온화한 표정, 또렷한 목소리, 부드러운 말투, 눈 맞춤 등은 민원인으로 하여금 심리적 안정감을 줘 행정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지금은 대서방도 담배값도 사라졌지만, 결국 행정서비스에 대한 만족은 ‘친절’과 ‘청렴’이라는 기본 바탕에서부터 시작된다.
공직자로서 이 작은 실천이 지역 이미지는 물론, 도시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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