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 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김재철 예비후보를 포함한 3인의 예비후보들이 현직 정만규 시장에 맞선 듯 전개되는 경남 사천시장 선거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막대한 자산가에다 현직 프리미엄까지 누리는 정 시장의 비대한 모습에 아무래도 정치 신인 예비후보들의 경쟁력이 가려지는 느낌이다. 그런데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듯한 모습은 안타까움마저 들게 한다. 현직 시장 측근의 금품 수수 의혹을 언론이 보도했고, 선관위와 경찰까지 출동했는데도 무엇 하나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오히려 사건이 묻히는 듯한 이 지역의 묘한 분위기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정 시장의 금품 살포 의혹을 지적하고 새누리당에 공천 배제 요구를 했다가 거부당하자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 이제라도 권력화 된 지역토호세력 지방자치의 어두운 단면을 바로 잡겠다”며 탈당한 송도근 예비후보나 정 시장을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고발한 김재철 예비후보의 행보는 골리앗을 향해 돌을 던진 다윗의 비장한 심정처럼 느껴진다.
필자가 지방선거 정국에서 사천시장 선거를 유심히 지켜보는 덴 이유가 있다. 김재철 예비후보, 김재철 전 MBC 사장 때문이다. 2012년 MBC 노조가 벌인 파업의 부조리를 우연한 계기로 목도하면서 이후 MBC 파업 사태나 언론과 방송 노조 문제를 집중 취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사장의 진면목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막강한 언론노조 권력과 싸워 이긴 전직 공영방송 사장이 정치 신인으로서는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궁금했다. 물론 필자는 폴리뷰와 미디어워치 온라인판을 담당하는 언론인으로서 선거 중립의 의무를 잘 알고 있고 실제로도 그 가치는 엄중히 지키고 있다. 폴리뷰와 미디어워치를 통해 전국 각 지역의 선거소식을 전하면서 공정한 보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천시장 선거와 관련된 점을 이렇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소위 ‘손봉투’ 의혹 사건을 계기로 지방토호 세력의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썩은 내가 진동하는데도 그냥 모른 체 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사천시장 선거에서 벌어지는 이해불가 현상, ‘황제시장’ 원인 아닌가?
최근의 ‘황제노역’ 논란으로 국민의 관심이 모처럼 지방의 토호 세력에 가긴 했지만 필자는 솔직히 토호세력의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일 줄은 몰랐다. 돈을 받았다는 제보자가 양심선언을 하면서 돈선거 의혹이 터졌는데도 경남 선관위와 경찰은 수사는 제대로 했는지 무엇 하나 제대로 밝힌 게 없고, 무엇보다 의혹을 명쾌히 해명해야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인 정 시장은 해명은커녕 오히려 다른 예비후보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고발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이미 언론에까지 보도됐던 점이나 제보자가 나왔던 사안을 가지고 후보자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한 것에 문제가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정 시장은 예정됐던 TV토론회까지 불참을 통보하여 아예 무산시켜 버렸다. 지지율 1위를 달린다는 현역 시장이 자신에게 드리운 검은 의혹을 해명할 수 있는 자리는 기피하면서 상대 후보자들의 입은 틀어막으려 하고 시민들의 알권리는 박탈하는 행위가 과연 정치적 도덕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어이없을 뿐이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어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다면 기를 쓰고 해명하려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면 방송토론회를 자신의 무고함을 시민에게 알릴 기회로 만들려는 게 본능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 시장은 보란 듯 상식을 깼다. 그리고는 정치 신인이 지역 주민에게 자신을 알릴 최소한의 보장된 기회조차 사실상 빼앗았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김 예비후보의 고발장 내용을 보면 정 시장은 과거 2000년에는 국민회의 사천지구당 감 모 씨에게 후보를 내지 말라며 천만 원이란 거금을 살포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잃은 전과가 있는데다가 2006년에도 유권자에게 돈을 건넸고 이로 인해 관련자가 구속되는 등 정 시장 주변에서는 선거 때마다 불법의혹이 속수무책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선거 때만 되면 각종 불법 의혹이나 타락한 선거 논란의 한 복판에 서면서도 거뜬히 시장직을 유지하는 걸 우리는 과연 정상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런 현상이 그 지역에 뿌리내리고 황제처럼 군림하는 토호이기에 가능하다면 그 주장을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얘기다.
선거 때마다 비리 의혹 달고도 건재한 토호에 정치 신인 꺾여선 안돼
지방의 선거판이 현역 프리미엄이란 기득권을 쥔 토호의 의도와 목적대로 일방 흘러도 개선할 수 없다면 도대체 이 현상이 황제노역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김재철 예비후보가 정 시장을 고발하면서 “최근 황제노역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 정 시장은 정치 신인의 최소한의 기회인 TV토론까지 일방적으로 무산시키는 황제시장의 전형”이라고 비판한 데엔 바로 이런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금품 살포 제보자가 나와도 선관위와 경찰은 무기력하며 정당은 아예 수수방관하는데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했다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선거법 위반에 대해 국가와 국민의 판단 잣대는 날로 엄격해지는데 사천의 경우처럼 지방 곳곳에 뿌리 내린 토호는 오히려 세가 커져 분에 넘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것이 이 정도까지 왔다면 분명히 민주주의의 위기다. 새누리당이 이런 현실을 모른 체하는 건 제2의 ‘황제노역’ 무소불위의 ‘황제시장’ 탄생을 거드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의혹투성이 지방토호에 의해 정치 신인들의 앞날이 이토록 쉽게 가로막히고 심지어 꺾이는 건 한심한 일이다. 돈선거는 기본적으로 국민이 권리를 돈으로 사고팔게 만들며 민의를 왜곡하고 부정부패를 부추긴다. 김재철 예비후보 등이 반 정만규 연대까지 만들어 타파해보려 했던 건 바로 그런 부패의 알고리즘이다. 언론노조와 제대로 맞붙었던 김재철 예비후보는 이제 또 다른 강력한 강적 지방 토호와의 진검승부를 앞두고 있다. 여론재판이나 언론의 비판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토호세력을 둘러싼 부패와 불법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특히 돈선거가 땅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정치 신인으로서의 깨끗한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정 시장 측의 선거법 위반 문제도 적극 대처해야 한다. 이것은 단지 김 예비후보 개인 선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뿌리 내리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토호세력의 고질적 병폐를 드러내는 것이다. 전직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당연한 의무이고 필자는 그런 공적 노력을 응원할 것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