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새누리·서초4) 의원이 28일 ‘시민 세금으로 전경련 회비를 냅니다’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께 아래와 같은 공개 편지를 보냈다.
[이하 전문]
박원순 서울특별시장님께.
수일 전 저는 ‘세종문화회관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원사가 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설마, 그럴리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확인 해 보니 이는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2014년 2월11일자로 회원사로 가입했고, 2월20일 개최된 전경련 53차 정기총회에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회원사 대표자격으로 참석 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얕은 상식은 ‘전경련은 주로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전경련은 ‘재벌의 입장을 두둔한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는 전경련도 변화된 시대상황을 감안할 때 이제는 재벌 아닌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입장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재벌 편만을 들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분명한 것은 전경련은 법정단체인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와 달리 민간 경제인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순수 민간단체로 회원사들의 회비를 주 수입으로 운영되는 기구로, 당연히 기업인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일한다는 것 입니다. 전경련의 법인 등기부에 나온 설립목적 또한 기업의 이해를 반영,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유지 발전에 관한 사업’을 제일의 사명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장님께서 잘 아시다시피 세종문화화관은 민법에 따른 비영리법인 입니다. 근거법이 상법이 아닙니다. 세종문화회관의 정관 또한 수익창출이 아니라 ‘시민의 문화향수기회 확대’와 ‘시민문화복지구현’에 이바지함을 존립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경련과 비영리법인인 재단법인 세종문화회관과는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는 세종문화화관이 전경련 가입자격이 있는 지 궁금했습니다. 알아보니 전경련은 회원은 일반회원과 단체회원이 있습니다. 일반회원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주식회사로 세종문화회관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세종문화화관이 가입한 단체회원은 가입자격을 △업종별단체 또는 이에 준하는 경제단체 △전국적인 규모를 가지며 예산규모 5억 원 이상 △경제 또는 산업발전을 목적으로 하며 그 분야를 대표하는 법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세종문화화관은 우선 업종별 단체가 아닙니다. 세종과 같은 날 가입한 입회동기 은행연합회, 백화점협회가 업종별 단체입니다. 세종은 또한 전국적인 규모가 아닙니다. 재단법인을 관장하는 주무관청이 문화부가 아니라 우리 서울시입니다. 아울러 세종은 경제 또는 산업발전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되지 않았습니다. 세종문화화관의 존립근거가 되는 조례와 정관이 이를 말해 줍니다.
즉 세종문화화관은 전경련에 가입할 자격이 원천적으로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자격 없다는데 입학(입회) 한 것은 반칙입니다. 평소 ‘반칙 없는 세상’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소망과는 배치되는 일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반칙’이 전경련 주도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세종 주도로 시행됐다는 것입니다. 박인배 사장은 “전경련 가입은 세종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시의회 상임위에서 분명히 말했습니다.
시장님.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전경련의 위상이 예전만 못해,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모양입니다.(2014.2.20 중앙일보, 2.21 노컷뉴스, 2013.12.17 한겨례 등) 그런 전경련에게 세종문화화관측의 입회 제안은 반가웠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정가가 연 480만원인 연 회비를 세종에게는 120만원으로 ‘바겐세일’을 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20만원도 시민의 세금입니다. 우리 서울시는 올해 세종에게 190억 원의 출연금을 시 예산에서 주고 있습니다.
세종측은 상임위 답변에서 ‘기부를 잘 받기 위해’, ‘안면을 넓히기 위해’ 전경련에 가입하고 총회에 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른 문화관련 재단 대표들은 공개자리에서 “기업 기부 받는 것과 전경련 가입과는 연관 관계가 없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세종에 대한 기부 활성화는 이른바 ‘안면장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종이 시민을 위한 좋은 공연을 많이 기획·제공하고 시민이 세종을 사랑하고 많이 찾으면서 세종의 브랜드가 높아질 때 자연히 따라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세종은 언론 등에서 제대로 된 ‘킬러콘덴츠’를 못 내놓고 있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시민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도를 외면하고 반칙을 찾는 것은 공공기관의 수장이 할 일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전경련 가입사실을 사전에 감독기관인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와 일체 협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총회 당일 개최된 이사회에도 공식보고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종의 현 사장이 시장님 선거 캠프에 계셨다고 해서, 문화본부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필요한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시장님, 저는 시장님이 세종의 전경련 가입을 사전에 아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장님께서 경위를 파악하시고 시정해 주시기를 요청 드립니다. 많든, 적든 시민의 세금이 왜 전경련의 회비로 쓰여야 합니까.
세종이 반칙이 아니라 정도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십시오. 시민이 바라는 것은 어렵더라도 바른 길을 가는 것이지, 안면 넓혀서 대기업 돈 받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 시정할 수 있는 일을 이런 방식으로 바쁘신 시장님께 말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상임위에서 말해서는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죽했으면 세종문화화관 사장에 대해 지난해 상임위에서 해임건의안이 상정되고, 이번 2월 상임위에서는 출석의원 전원의 동의를 거쳐 위원장이 2차례나 세종문화회관에 대해 엄중 경고를 했겠습니까.
시장님께서 세종문화회관 현 상황에 대해 잘 살펴서 시민의 세금이 단 한 푼이라도 부적절하게 쓰이지 않도록 분명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 드립니다. |